블록체인은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블록체인은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 written by 돌비콩
<PROLOGUE>
모두가 맹목적 믿음을 바탕으로, 씬의 성공을 막연하게 그리던 호황기가 있었다.
“야, 돈 엄청나게 투자받고,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굴지의 인재들이 뛰어드는 시장이, 성공 못할 것 같아? 뭐라도 되지 않겠어?”
안타깝게도, 최근 침체기를 맞고 있는 시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씬을 향한 믿음과 신념은 흔들리고, “정말 크립토가 신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의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글은 ‘과연 탈중앙화와 블록체인 그리고 웹 3가 인류에게 정말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지, 실현이 가능한 아이디어인지, 인터넷상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의 본질적 고민을 통해 나오게 된 글이다.
“야 돌비콩, 너 사탄 들렸어?”
<TL;DR>
- 인간은 본질적인 이유로 완전한 탈중앙화를 이룩할 수 없으며, 모든 민주적 조직 구조는 대리자를 내세우는 중앙화(과두정)로 귀결한다.
- 민주주의, 대의제의 핵심은 조직이 얼마나 신축적이고 유연한가에 있다.
- 인류의 역사는 중앙화와 탈중앙화 사이를 순환하되, 조금씩 진보(민주화)하는 나선형 구조를 그리고 있으며, 블록체인은 구조적으로 중앙화에 높은 신축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은 인프라이다.
- 다만 블록체인 패러다임이 매스 어답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중이 주체적인 일반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목차>
- 민주주의와 블록체인 거버넌스
- 모든 민주적 조직은 과두정으로 귀결한다
- 리더 없는 대중은 존재할 수 있는가?
- 탈중앙화라는 유토피아(Utopia;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
- 대의제의 핵심, 신축성
- 빅테크 디스토피아의 제동장치, 블록체인
- 역사는 순환한다
-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1. 민주주의와 블록체인 거버넌스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됨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그리고 웹 3.0은 구성원이 중앙에 빼앗긴 권리를 돌려받아, 자기(自己)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문제는 다수의 개인은 ‘셀프 거버넌스(Self-Governance)’나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y)’ 같은, 책임 있는 권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와 금융중개기관 등 ‘중앙화 주체’에게 개인이 이양한 권리를 되찾아옴은, 의무 역시 함께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 통제하여 진정한 자기를 얻어내려는 수요는 많지 않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권리만을 누리고 싶어 할 뿐, 책임까지 원하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빨간 약을 먹고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source:The Matrix(1999)
온체인 거버넌스가 갈 길은 멀다. 다들 독려하는 실제 선거의 투표권도 절반가량이 포기하는데, 거버넌스 안건 하나하나 관심 갖고 투표하는 게 가능할까? 친히 집까지 배달되는 선거 책자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의 정치 아닌가.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투표를 오로지 두 개의 정당으로만, 편리하게 택할 수 있다는 것은 양당제의 최대 장점이다. 번거롭게 다른 요소를 고려할 필요 없이, 두 가지 정당 선택지 이외의 정보를 전부 노이즈화하고 제거하여 결정장애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에서 과연 거버넌스가 제대로 동작할 수 있을까. 과연 대중은 그런 피로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아무리 열정 넘치는 개인이라도, 컨베이어 벨트 위로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그것들을 계속해서 분류해 낼 수 있을까. 매우 회의적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다. 빠른 속도로-끊임없이-마구 밀려들어오는 컨베이어 벨트의 물품을 겉포장만 보고 분류하고 스캔하며 넘겨버릴 수밖에… 결국 끝없이 돌아가는 벨트를 쉬게 하지 않는다면, 모던 타임즈의 찰리처럼 그것에 압도되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2. 모든 민주적 조직은 과두정으로 귀결한다
블록체인의 거버넌스와 웹 3.0의 정치철학을 심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선, 정치학 고전으로 꼽히는 로베르트 미헬스의 ‘정당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사민당에서 정치를 배운 그가, 결국엔 무솔리니 휘하로 들어가 파쇼에 귀의한 점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미헬스는 민주적 토대 위에 있는 모든 조직은 결국 강력한 과두정(寡頭政;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사회의 권력을 독점하고 행사하는 정치 체제)으로 귀결한다고 주장한다.
“조직을 말하는 것은 곧 과두를 말하는 것이다.” — 로베르트 미헬스, source
과거 정당의 대부분 이념정당이었으나, 현대 정당은 국민 정당을 지향한다. 보다 원활한 정권 획득을 위해, 특정한 이념과 계층의 대변이 아닌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그 결과로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당원을 거느리는 거대정당, 국민정당, 포괄정당이 나타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정당의 규모가 매우 커지면, 당원들이 안건마다 숙의하는 형태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 관료제이며, “관료제가 지속되다 보면 과두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이 바로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다.
“선출된 자가 선출한 자들을 지배하고, 위임(Delegation) 받은 자가 위임한 자들을 지배한다.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조직 안에서 과두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유기적 경향이다.”
선출된 자, 위임받은 자, 대의원(代議員)이 주요 안건들을 결정하게 된다면 과두정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다만, 이 같은 형태는 과두정이 아니라, 효율적인 정당 민주주의 형태인 ‘대의제’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안건을 다루다 보면, 위임받은 자와 위임한 자 사이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선출되고 위임받은 대의원이 민의와 다투고 자신의 의견만을 관철하여 나머지를 지배할 때다. 대의제가 과두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을 때, “일상적인 의정 등 시시콜콜한 모든 거버넌스 안건에 대해, 모든 이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라는 너무 현실적인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 집중과 과두정은 무리 지은 조직이라면 반드시 겪는 필연이며, 과두제의 ‘철칙’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3. 리더 없는 대중은 존재할 수 있는가?
지휘관을 잃은 군대, 대통령이 없는 나라, 리더 없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우두머리가 없는 조직인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를 생각해보자. 정녕 완전히 수평적인 DAO를 본 적이 있나? 아니,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 조직을 본 적 있나? 구체적인 명패만 없을 뿐이지, 무리를 이끄는 이는 어디든 존재한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대중 사이에서도 리더는 생기는 법이다.
주인의식,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모든 구성원이 주인인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차등과 위계와 계급과 계층과 분별과 차이와 구분과 구별과 친소와 장유는, 인류와 분리시킬 수 없는 본성적이고 본질적인 사회 구성요소이자 오히려 인간사회를 보다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운 효율성 그 자체가 아닌가.
소수의 전제적 지도자 구심으로 측근들이 포진하고, 당 의원과 당료 조직이 수직 계열화되는 현상은, 옳고 그름을 떠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두적인 면모, 사당화 경향이 없었던 정당은 역사적으로 거의 찾기 어렵다.
비탈릭의 이더리움, 도권의 루나, 크로네의 팬텀… 블록체인 성장과정에 있어서 정치적 중앙화와 내러티브 드라이버들이 존재함은 필연이 아닌가? 다소 궤는 다르지만, 비트코인 성장 과정에서도 사토시, 채굴자/코어 진영, 마이클 세일러 등과 같은 정치적 구심점과 중앙화 요소가 있지 않았나? 요는, 이런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인간 본연에서 비롯한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4. 탈중앙화라는 유토피아(Utopia;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
혹자는 인류의 역사가 계급사회에서 평등사회로, 왕정독재에서 민주주의로 흘러온 것처럼, 인류의 탈중앙화가 필연적 흐름이라고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의 ‘발명 혹은 발견’이 결정론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변화가 꼭 진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블록체인이 인류를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VHS와 베타맥스의 비디오테이프 표준 전쟁에서 열등한 VHS가 살아남은 것처럼, 세상이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08년도 금융위기나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중앙화로 인한 폐단이 부각되어, 탈중앙화와 권력 분산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블록체인이 나타났다. 블록체인은 대중적 탈중앙화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만약 다른 수단이 민주화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이런 시대적 패러다임이 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의 그 바람은 블록체인이라는 형태로 불어온 듯하다.
“월가를 점령하라”, source:NBC
웹 3.0 온체인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모든 토큰 홀더가 모든 프로포절에 고민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참여하는, 숙의의 형태일 것이다. 이 같은 체계는, 홀더의 참정 의식이 제반해야 이뤄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직접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중우정치로 빠지거나,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해 공백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당연히 이룰 수 없는 이상이다.
탈중앙화를 중시하는 크립토 씬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패권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아이러니와, 주노(Juno) 거버넌스 사태에서 보여준 면면들. 블록체인은 정치적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탈중앙화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가치일까?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가 아닌가.
인간과 위계는 뗄 수 없는 개념 아닌가 하는 고리타분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탈중앙화는 꼭 추구해야만 하는 지고한 가치인가? 과연 중앙화와 철인의 통치는 중우정치보다 열등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가.
예컨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제렌스키가 보여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생각해보자. 그의 리더십은 자국민을 단합시켰고 국제사회의 정신적 지지와 실질적 지원을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과연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분산된 탈중앙화 리더십이 중앙화의 그것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었을까.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중 가장 탈중앙화 됐다고 평가받는 이더리움 역시, 상당한 중앙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더리움 하면, 비탈릭을 먼저 떠올리는 정치적인 중앙화 문제부터 스테이킹 물량, 노드 집중화 등 실체적 중앙화까지. 과연 탈중앙화는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인가. 리도 파이낸스의 점유율이 30%가 넘고, 상위 3개 노드(리도, 코인베이스, 크라켄)가 전체 비중의 과반을 차지하니 말이다.
이더리움 스테이크 노드 순위, source
비트코인은 또 어떠한가? 물론 점차 완화되는 추세지만, 중국 채굴장 폐쇄 이전만 해도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 집중화는 매우 심각했고, 현재도 Foundry USA, Antpool 등 몇몇 채굴업체가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전하는 사상에 심취하여, 풀노드를 돌리는 극소수의 비트코이너들이 존재하나, 대부분 홀더의 비트코인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장부로만 움직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중앙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보관·매매하는 사람들을 어리석거나 덜 떨어진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투자자는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토큰을 사는 것일 뿐, 탈중앙화 이념의 설파 같은 고매한 일을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며 비난받아야 하는 사고방식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들도, 우리도, 틀리지 않았다.
5. 대의제의 핵심, 신축성
“지도자들의 권력은 무제한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리더는 대중의 의지에 종속되어야 하며,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는 지도자는 물러나야만 한다. 리더는 대중에 의해 언제라도 해임되고 대체될 수 있다.” — 정당론, 로베르트 미헬스
우리가 판단해야 되는 부분은 중앙화 요소 자체가 아니라, 중앙화 조직의 ‘신축성’에 있다. 이는 당원의 의견, 요구, 바람 등을 신축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구축했느냐가 핵심이다.
또한, 민주적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권력은 ‘대중의 의지’에 종속되어야만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지도자의 경우 언제든 교체할 수 있고, 권력을 다른 이에게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체계는 반드시 그러한 구조적 신축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구성원들의 의견과 가치가 대리자(리더)라는 구심으로써 표상하되, 구성원들 대다수와 맞지 않는 선택을 했을 때, 능동적으로 언제라도 문제를 삼아 탄핵하고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지, 그러한 탄력성과 신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간은 중앙화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를 분명하게 인지 그리고 인정하고,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탈중앙화가 아닌 중앙 권력 구조의 민주적 정교화다. 우리의 권력을 중앙에 위임하면서도, 나의 권력이 오남용 될 것이라는 불안함 없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 필연적 중앙화 요소는 인정하되, 그러한 중앙화에 대한 견제, 신축성, 탄력성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6. 빅테크 디스토피아의 제동장치,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으며,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디스토피아’는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블록체인 체계에서는 기존보다 더욱 탄력적으로 중앙화 구조가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을 인프라로 한 체계는 기존보다 신축적으로 동작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AI와 로봇을 필두로 한 ‘과학기술’은 하루가 달리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류가 더 이상 노동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수단의 소유를 금지한 것처럼, ‘플랫폼 규제’, ‘로봇세’, ‘인공지능세’ 등 아득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신기술을 제한할 논의들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다.
미래사회 보고서(2090년 미래사회 계급 전망), 서울대 유기윤 교수팀
만약 첨단 기술 리스크가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미래사회엔 극단적인 계급구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미래사회에는 플랫폼 등 기술을 소유한 기업인이 0.0001%의 최상위층이 되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대중은 피지배 계급이 되어 아무런 직업도 경력도 갖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고 한다. 빅테크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디스토피아’다.
블록체인은 그 기본 속성인 개방성과 무허가성, 무신뢰성을 바탕으로 인터넷상의 소유권과 주권을 투명하게 보장해낼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이 범람할 미래에 블록체인이라는 인프라는, 거대 권력이 될 수 있는 플랫폼과 빅테크가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제동장치일지도 모른다. 미들맨, 거대 빅테크 기업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필연적 존재를 인정하며 사악해질 수 없는 구조(Can’t Be Evil)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Can’t Be Evil.” Blockstack Ad, source
7. 역사는 순환한다
정치와 경제의 발달 단계를 보면 알 수 있듯, 메타는 결국 순환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는 돌고 돈다. 자유방임주의의 고전 자본주의부터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거쳐 그리고 정부 역할을 강조한 자본주의 4.0까지…
역사도 반복한다. 과두정, 참주정, 민주정은 순환한다. 과두정에서는 리더가 생기고, 이 같은 권력의 중앙화는 참주정으로 이행한다. 독재를 행하는 참주정은 고이고 썩어 폐단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민중은 썩어버린 참주정을 전복한다. 그렇게 다시 민주정이 도래한다. 지금은 민주화 열망의 내러티브가 흐르는 시기다.

Michio Kushi’s Spiral of History, source
주역(周易) 등의 동양 철학이나 야만의 시대-영웅의 시대-문명의 시대가 반복된다는 비코의 역사관, 헤겔의 변증법에서 보듯, 인류 역사의 상당 부분은 순환사관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탈중앙화가 미덕인 현재를 거쳐, 이후 다시 중앙화의 필요성이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다시 권위주의 정부 혹은 군사독재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순환할 뿐.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계급(계층)은 현재도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카스트제도, 노예제도 등 신분제가 있었던 과거보다는 훨씬 더 다수의 민중이 살만한 사회가 되지 않았나. 역사는 끊임없이 정(正)과 반(反)을 순환함과 동시에, 합(合)을 이루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던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순환하되, 진보하는 형태의 ‘나선형 순환사관’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웹 3가 개인의 자유를 더욱 보장해주는 탈중앙화 형태였다면, 어쩌면 웹 4는 그를 보완하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재중앙화(Recentralisation)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은 나선형으로 나아갈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8.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역사적으로, 민초에 불과했던 일반 대중이 강력한 참주정을 타파해낼 수 있었던 원천은 개별 구성원들의 초의지(super-ego)나 사회적 계약의 발현 따위가 아니다. 또한 이론적이고, 이념적이며, 사상적으로 다수를 선동한 무언가가 혁명의 기초가 됐기 때문도 아니다. 혁명의 근간에는, 그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 그리고 자신이 끔찍하게 아끼는 가족과 그 이웃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탈중앙화 패러다임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직접 이 같은 것을 일반의지로서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야말로, 진정한 대중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인류는 크립토 중흥의 역사적 사명과 목적 따위를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 역시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세상이 더 퇴보한다면 탈중앙화니, 블록체인이니,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실존주의를 주창한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간은 그저 세상에 던져진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자기(自己)의 존재 이유마저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 때때로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기도 한다. 수많은 인류가 주체성과 선택권 따위는 버리고, ‘파란 알약’을 먹어 더욱 편한 생활양식을 택한 걸 보라. 사르트르를 이걸 ‘자기기만’이라고 했던가.
“decentralization is worth whatever the market decides it’s worth.”
대중이 탈중앙화를 가치있는 것이라고 인식할 때, 비로소 탈중앙화엔 가치가 부여된다. 탈중앙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지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계몽하고, 설파하며, 가르치는 에반젤리즘(evangelism)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대중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필요성을 느껴 일반의지로서 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굉장히 무기력하고 파괴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대 금융 시스템의 수명이 다했음을 몸소 느끼는 사람만이 비트코인을 노아의 방주로 받아들인다. 다음의 모멘텀은 무엇이 될까. 틱톡 사태와 같은 대규모 개인정보 오용, 달러의 붕괴, 국가부채 폭탄 폭발…
수많은 사람들이 08년도 금융위기에서 셀프 커스터디의 필요성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등 일련의 사태에서 온라인 주권의 필요성을 일반의지로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인간 실존은, 이것이 선결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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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20일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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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 1.1. 레이어 1 순환매 장세 ----------------- 2020~2021년 이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유저가 대거 발생하면서, 신규 크립토 시장 참가자는 네트워크의 **탈중앙화**와는 관계없이 **낮은 거래 수수료** 환경을 추구하는 경향 및 행동 (Behaviour)이 강하다는 의미 있는 교훈이 있었습니다. 이더리움의 레이어 1 블록 스페이스는 당시 투기 의욕이 강력했던 신규 시장 참가자들의 유입을 수용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블록 스페이스에 대한 과부하는 가스 수수료의 지속적인 상승을 초래하였고, 평범한 시장 참가자들이 원했던 투기적 온체인 활동은 억제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온체인 활동 및 TVL의 상당수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솔라나, 아발란체와 같은 다른 네트워크로의 이동을 촉진했던 원인이었습니다.  2021년 발생한 레이어 1 순환매 장세에서 관찰된 이더리움 TVL의 하락 물론 유동성 마이그레이션이 내포했던 것은 투기적 측면 외에도, 프로토콜 단 자체의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밸리데이터 세트로 구성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합의 알고리즘, 연산 환경 (Execution Environments), 처리량/노드 하드웨어 요건 그리고 거래 완결성까지 걸리는 시간 (Finality Periods) 등 체인 매개변수에 관련한 논쟁이 지속되는 한 프로토콜 단에서 발생하는 혁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즉 이러한 멀티체인 패러다임이 계속되는 한, 소스 (Source) 체인 ~ 목적지 (Destination) 체인 간의 유동성 마이그레이션 및 임의의 메시징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브릿징 및 메시징 시스템에 관한 인프라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프라는 EVM과 호환 체인 뿐만 아니라 호환되지 않는 체인까지 모두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개념을 포괄하는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이라는 섹터는 특히 보안-지연 시간 간의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하며 이에 따라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익스플로잇이 발생하기도 한 결코 쉽게 정복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위와 같은 서론을 배경으로 하여 본론에서 **(1)** 범용적 메시징 시스템 (Generalised Messaging Systems)의 중요성, **(2)** 물리적인 유동성의 마이그레이션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 **(3)** 옵티미스틱 롤업 (Optimistic Rollup)의 부상 및 블록 확정까지 소요되는 7일이라는 시간이 시사하는 브릿징 인프라의 중요성, **(4)** 시냅스 프로토콜과 레이어제로와 같은 새로운 범용적 메시징 시스템의 등장에 대하여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1.2. TCP/IP와 범용적 메시징 시스템 (Generalised Messaging Systems) -------------------------------------------------------- TCP/IP는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 장치 간에 데이터가 전송되는 방식을 정의하는 일련의 프로토콜입니다. TCP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는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는 패킷의 형태로 전환되며, 적절히 지정된 주소로 라우팅 및 수신되어야 함을 정의하는 규약입니다. TCP 프로토콜은 인터넷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디바이스 간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전 세계에 걸쳐 데이터를 원활하게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즉, 상호 간의 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세계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TCP)에 의해 정의된 데이터 패킷 마찬가지로, 근래 인터넷 상에서 ‘웹 3’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뒷받침하는 프로토콜 또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서로 통신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프로토콜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무허가 정보 교환”이 바로 TCP/IP를 정의하는 요소였던 것 처럼, 블록체인 또한 마찬가지로 자산의 무허가적 이동 및 서로 다른 체인에 있는 디앱 인스턴스 간의 메시징에 있어서도 동일한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지속적으로 프로토콜 레이어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시에 이미 분리된 트랜잭션 연산 환경을 갖춘 이더리움의 롤업 로드맵을 고려해 보면, 범용적 메시징 시스템은 네트워크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로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래는 상호운용성에 관한 논거(Thesis)를 만들어가며 참고될 논지입니다. > 만약 이미 현대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TCP/IP Protocol Suite가 토큰을 가졌다면, 시장은 그 토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분리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을 연결하여 멀티체인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프로토콜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상호운용성에 대한 논거 ================ 상호운용성 논거는 총 세 가지의 주장에 의해 의해 뒷받침됩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이 세 가지 주장은 거의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공리와 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 **1.** 프로토콜 레이어에게 혁신을 바란다면, 새로운 네트워크를 생성해야 한다. 이것은 멀티 체인 패러다임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리이다. > > **2.** 이더리움 [롤업 중심 로드맵](https://ethereum-magicians.org/t/a-rollup-centric-ethereum-roadmap/4698) (Rollup-centric Roadmap)은 여러 개의 연산 환경 및 기존의 레이어 1에 걸쳐서 유동성의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다. 옵티미스틱 롤업은 현재 가장 지배적이고 실제로 적용이 되고 있는 확장성 솔루션이지만, 자산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가 완결성을 갖추는데 7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그 소요 시간을 우회할 수 있는 브릿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다. > > **3.** 디앱은 더욱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여 프로토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멀티 체인화를 추구하나, 현재의 멀티 체인 전략은 새로운 체인을 온 보딩 할 때마다 추가적인 프로토콜 인스턴스를 동반해야 한다. 때문에 프로토콜 유지 관리에 필요한 리소스가 증가하고, 새로 도입된 연산 환경/코드 베이스에 대한 공격의 여지가 많아지는 부작용을 수반하며, 유동성이 파편화되기에 사용자 경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디스프레드 테스트' 포스트의 썸네일 -
2023년 04월 19일 hot
웹3 게임 토크노믹스 엔드게임
웹3 게임 토크노믹스 엔드게임 이상적인 게임 토크노믹스에 대한 생각 Disclaimer: 본 보고서의 저자는 본 보고서를 조사하거나 초안을 작성하는 동안 미공개 중요 정보 등을 이용하여 관련 토큰을 구매하거나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각 보고서의 내용은 해당 보고서의 각 작성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제공되며, 토큰을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목적으로 서술되지 않습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어떠한 내용도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도 안 됩니다. Why blockchain? 작년 하반기 이후 ‘웹3 게임’, 특히 ‘게임 토크노믹스’를 중심으로 리서치를 이어왔으며, 크게 총 3편의 글을 출간했다. 1편: Do Dive into Web3 Game: 웹3 게임을 위한 평가 프레임워크 2편: Do Dive into Web3 Games: 토큰 경제와 콘텐츠 설계 3편: 웹3 게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와 스테픈(Stepn) 등 시장에서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웹3 게임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기존 P2E 시스템을 적용한 웹3 게임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서술하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웹3 게임은 왜 블록체인을, 혹은 토큰화 자산을 도입해야 하는가? 이번 글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웹3 게임 토크노믹스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프레임워크 설정하기 웹3 게임 토크노믹스 논의를 위해 위와 같이 인게임 경제와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토크노믹스 두 가지 형태로 프레임워크를 설정하겠다. 인게임 경제 영역에서는 게임 플레이어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어떤 인게임 자산을 토큰화할 것인지, 발생과 소각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 경험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지가 핵심으로 취급될 것이다. 반면, 게임 외부인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토크노믹스는 프로젝트, 재단, 투자자 등 해당 프로젝트들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토큰을 활용하여 어떠한 행동 발생을 유인할 것인지가 핵심으로 취급될 것이다. 인게임 경제의 경우 인게임 경제 영역에서 토큰화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자산은 크게 ‘재료(input)’와 ‘최종재(final goods)’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들의 경제 활동은 다양한 재료를 생산 및 조합하여 최종재를 획득하고, 더 많고 질 좋은 최종재는 더 많은 양의 재료 자산을 생산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웹3 게임의 경우에도 대부분 이와 같은 공식을 따르는데, 엑시 인피니티가 채택한 방식과 같이 재료 아이템을 FT(Fungible Token)로, 최종재를 NFT로 토큰화하여 인게임 경제를 구성하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더 많은 보상 수령을 위해 더 많고 질 좋은 최종재 NFT를 끊임없이 수요하게 만드는 순환 경제를 말한다. 대부분의 웹2 게임 경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재료 아이템을 획득하고 자본 유입만이 가능한 폐쇄 경제 상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밸런싱 작업을 통해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의 인게임 경제 위협 요소를 억제하는 것이 (완벽히는 아니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웹3 인게임 경제 상에서는 토큰화된 재료 및 최종재 아이템들이 외부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기존 인게임 경제에 비하여 문제가 아주 빠르게 발생한다(예: SLP 토큰의 가격 급등락 혹은 유통량 급증). 이는 이전 글에서 인게임 토큰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웹3 게임에 인게임 토큰을 도입할 의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웹3 게임의 불안정성)는 다음과 같은 인게임 토큰의 특징에서 기원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PvE 플레이를 통해 획득 가능: 별다른 조건 없이 일정 플레이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 토큰 획득이 가능, 다계정 혹은 봇에 의한 토큰 획득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 존재 - 개방성: 인게임 생태계에 한정되어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닌 누구든지 매매 가능한 개방된 환경에서 취급됨 게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인게임 토큰의 순발행량(발행량-소각량) 조정을 통한 지속적인 적정 가격 유지가 필수적이지만, 상기한 특징들로 인해서 토큰의 발행 및 소각처 설계를 통한 지속가능성의 도모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게임 아이템을 토큰화시켜 자산 가치를 형성하고 유저들에게 소유권을 부여하여 자유로이 매매하도록 하는 방안은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든지 P2E 시스템으로 귀결하도록 만들며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게임 경제에 토큰화 자산을 도입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보자. 1안: PvE 플레이가 아닌 PvP 경쟁에 따라 한정된 양의 보상을 플레이어에게 지급 2안: NFT 형태로 주어지는 최종재 보상이 더 많은 재료 아이템 혹은 FT 보상을 야기하지 않도록 설계 대안 분석 1안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보상 풀의 크기를 한정시켜 놓은 후에 게임 플레이 성과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토큰화 자산을 보상으로 수여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는 PvE 플레이를 통해서 보상을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혹은 자본을 투입하여 타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웹3 게임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AXS 토큰을 활용하여 시즌별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엑시 인피니티’와 NCG를 중심으로 싱글 토큰 경제를 구축한 ‘나인 크로니클(Nine Chronicle)’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안의 경우 최종재가 부가적인 인게임 자산을 생성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인게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요소를 배제하는 방식이다. 해당 대안 상에서는 최종재 보상이 더 이상 인게임 자산을 생산하는 기능을 갖지 않고 플레이어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심미적 기능에 한정된 쓰임새를 가진다. 대표적으로 최근 인기를 끌었던 트레저다오의 ‘더 비콘(The Beacon)’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더 비콘의 플레이어들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캐릭터 및 개인 공간을 꾸밀 수 있는 NFT를 얻을 수 있다. 한 더 비콘 유저의 캐릭터 및 방 풍경; 출처: 더 비콘 다만, 위와 같은 구조를 구축한다고 해도 결국 유저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자산에 어떻게 가치를 지속적으로 축적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선결과제로 작용한다. 인게임 경제 구조의 도입 자체로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재미나 경험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인게임 경제는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게임 외부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거버넌스 토큰에 가치를 축적시킨 후 시즌별 유저 보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게임 토큰(FT 및 NFT)의 도입은 유저 경험의 증진과 지속가능성 달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의도한다면, 인게임 환경에 선진입한 유저들이 후발 주자들의 진입비용으로 수익을 얻어가는 폰지 구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지속가능성이 낮은 반면, 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해 인게임 환경에서 발생과 소각 시스템을 엄격하게 구성한다면, 기존 웹2 게임 환경과 같이 폐쇄적인 경제 시스템과 다를 바 없어져 토큰화 자산의 도입이 유명무실해지는 양상이 발생하게 된다. 리니지라이크 장르와 같이 인게임 환경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계층과 게임 플레이를 통해 돈을 벌어가는 계층을 나누어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겠으나, 인게임 토크노믹스의 도입이 그러한 설계 구조에 어떠한 용이성을 더해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웹3 환경’에서 ‘토큰화 자산을 도입’하여 ‘인게임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차라리 기존 웹2 게임들과 같이 폐쇄적인 인게임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즌별 플레이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 혹은 NFT를 부여하는 방식이 실현가능한 웹3 게임 구조로 보인다. 이상적인 게임 토크노믹스 예시 상기한 인게임 토크노믹스의 부적절성으로 인해 게임 토크노믹스 설계의 주요 대상은 자연스레 게임 외부 영역으로 이동한다. 게임 외부 환경에서 토크노믹스를 적용함으로써 펀딩 과정을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프로젝트 운영에 있어서 투자자(Investor)와 플레이어(Player)들의 긍정적 행동을 유발하는 데에도 강점을 가진다. 토큰을 통해 다양한 집단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그들의 행동을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현재 블록체인, 그리고 토크노믹스 도입의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토크노믹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Investor <> Auction - 투자자는 토큰 옥션을 통해 게임 프로젝트에 자본을 제공하고 토큰을 구매 Investor <> Staking pool - 투자자는 보유한 토큰을 스테이킹 풀에 락업하고 스테이킹 보상 및 거버넌스 권한 등을 수령 - 게임의 KPI를 스테이킹 보상률과 연동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음 Player <> Game -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구독권이나 입장권 등을 토큰에 연동하여 플레이어들의 수요 창출 - 플레이어들은 게임 플레이 성과에 따라 토큰 보상 수령 Investor <> Market <> Player - 투자자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서 토큰에 대한 수요 및 공급 형성 이와 같은 토크노믹스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장치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ve토크노믹스(by 커브 파이낸스) or 스테이킹 경쟁 게임(by Bridgeworld) - 스테이킹 풀에 토큰을 일정 기간 락업해야만 보상 수령 및 거버넌스 권한 획득이 가능 - 토큰 양뿐만 아니라 락업 기간에 비례하여 보상률 및 권한의 양이 증대 - 커브 파이낸스와 같이 여러 참여 주체들이 참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인 경우, 한정된 토큰 인플레이션 양을 두고 경쟁 구조 설계 가능 - Bridgeworld와 같이 스테이킹 시스템을 게임화 시켜 참여 주체들이 부스팅 기능이 있는 NFT를 끊임없이 수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설계하는 방법도 존재 일반적인 토큰 옥션을 진행하는 대신 프로젝트 기여도 등에 따라 토큰을 차등 분배하는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롭(Retroactive Airdrop) 방식 사용 Echelon Prime 사례 살펴보기 Echelon prime은 Paradigm의 투자를 받은 웹3 게이밍 플랫폼으로, 필자가 상기한 토크노믹스 구조를 PRIME이라는 싱글 토큰을 중심으로 유사하게 구현하였다.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첫 게임으로 Parallel이라는 TCG 장르의 AAA급 게임이 클로즈드 베타 상태에 있으며,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성패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토크노믹스 구조를 가지고 있어 살펴볼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NFT 세일과 Caching을 통한 토큰 분배 - Echelon prime은 특정 NFT를 스테이킹하면 NFT의 희귀도와 양에 비례하여 PRIME 토큰을 분배하는 ‘Caching’이라는 작업을 수행 - 프로젝트 측은 NFT 세일을 통해 자본을 모집하고 투자자들은 NFT 스테이킹을 통해 토큰을 수령 플레이어들은 PRIME 토큰을 게임 플레이 자산인 카드 NFT를 구매하는 데에 사용하고, NFT 보유량은 플레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PRIME 보상량에 비례 - Echelon Prime 플랫폼에서 론칭 준비 중인 Parallel의 NFT를 PRIME 토큰으로 구매할 수 있고, 게임플레이 풀에 할당된 PRIME 토큰 보상을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성과에 따라 수령할 수 있음 NFT 보유량에 따른 PRIME 보상비율 그래프; 출처: Echelon prime docs Parallel에는 PRIME 외에 Glints라는 인게임 통화가 있으며, PRIME으로 구매 가능하고 PRIME과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 플레이어가 소요한 PRIME 토큰은 게임플레이 풀, 리저브 풀 등에 재분배되어 순환 딱 여기까지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게임 토크노믹스의 전형은 지금까지 소개한 바와 같다. 단일 토큰을 활용하여 투자자와 플레이어가 모두 상호작용하는 구조이면서, 토큰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토크노믹스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게임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 핵심 동력은 ‘어떻게 많은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것인지’이며, 이 목표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항은 게임의 재미나 퀄리티, 그리고 밸런싱 및 마케팅 등의 운영전략이지 게임 토크노믹스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인게임 토큰을 도입하는 방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게임 토큰 도입, 더 정확히는 인게임 통화를 성공적으로 토큰화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시나리오는 없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게임 경제를 외부 환경에 개방하는 데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인게임 경제 자체의 통화 인플레이션율이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인게임 통화의 발생과 소각(일명 ‘faucet and sink’)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인게임 통화의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미치지 않도록 운영 측면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로 인게임 경제를 개방하기 전에 외부 자본의 진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규모 형성이 필요하다. 이때 ‘규모’라 함은 인게임 통화의 시가총액 등의 양적 규모를 뜻하기도 하지만, 인게임 통화의 쓰임새의 다양성이 충족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Tascha가 UST 폭락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한 조언 중 하나인 “상관관계가 적은 수요의 필요”와 맥락을 공유한다. UST를 뒷받침하는 것 외에는 LUNA의 사용 사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디페깅 압력이 충분히 높은 경우 가격을 지지할 다른 수요가 없기 때문에 LUNA 가격은 0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법정화폐는 상업 및 무역과 관련된 비투기적 수요가 존재하고, 따라서 투기 세력에 의한 공매도가 심하더라도 통화 정책의 중대한 실수가 없는 한 가격이 0이 되지는 않는다. — 출처: ‘5 Lessons From Terra/Luna Fallout, for Future Stablecoin Designers, Investors, and Regulators’, Tascha 발생과 소각 메커니즘 —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예시 이브 온라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MMORPG 게임으로 200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장수 게임이다. 약 8,000여 개의 각기 다른 항성이 존재하며, 각 항성이 각기 다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브 온라인은 탄탄한 인게임 경제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한데, 일반적으로 많은 MMORPG 게임들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인게임 토큰 도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할 만한 대상이다. 이브 온라인 경제의 특징 이브 온라인의 경제는 인게임 화폐인 ISK를 중심으로 순환하는데, 실제 경제와 같이 통화량, 통화 속도, 물가 수준, 생산량 등을 게임사 측이 트래킹 및 분석하여 월별 리포트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2003년 서비스 이후 ISK 총공급량은 약 8배 증가했으며, 실제 경제에서 달러 M2 통화량이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건전한 수준의 가상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7–2023년 이브 온라인 ISK 통화 공급량 추이; 출처: 이브 온라인 월별 경제 리포트 달러 M2 공급량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4배 상승; 출처: FRED 지속 가능성이 높은 이브 온라인의 경제 시스템은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보통 MMORPG의 경우 캐릭터 성장에 따라 안정적으로 더 많은 인게임 통화를 수급할 수 있는 환경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이브 온라인상에서는 그러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으며, 거의 모든 곳에서 PVP(유저 간 전투)가 가능하고, 캐릭터 사망 시 아이템이 소각되는 메커니즘을 통해 자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구조를 유도하고 있다. 월 정액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PLEX’라는 구독권의 개념을 가진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결제하여 게임 플레이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봇을 이용한 무분별한 ISK 생산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PLEX는 인게임 아이템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를 통해 ISK를 획득하여 구매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무료로 이브 온라인을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들은 ISK를 생산하여 타 플레이어들이 판매하는 PLEX를 구매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래 수수료 명목으로 ISK가 소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거의 모든 아이템이 플레이어에 의해 생산되고 거래되며, 게임사는 NPC 보상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데에 집중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디스이즈게임에 게재된 한 게이머의 글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 인게임 통화를 토큰화한다는 것은 이브 온라인을 운영하는 CCP 게임즈는 이브 온라인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ISK 총 공급량 추이, 모든 생산물의 가치, ISK의 통화 속도, CPI(Consumer Price Index) 및 PPI(Producer Price Index) 등의 물가 수준을 수치화하여 월별 리포트로 공시하고 있다. 2023년 2월 이브 온라인 생산, 파괴, 채굴 가치 추이; 출처: 이브 온라인 월별 경제 리포트 2023년 2월 ISK 통화 속도; 출처: 이브 온라인 월별 경제 리포트 2023년 2월 이브 온라인 CPI 분석; 출처: 이브 온라인 월별 경제 리포트 위와 같이 인게임 생태계의 통화, 생산물, 물가 수준을 모두 수치화하여 분석하고 운영 기반으로 활용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경제의 구성 요소를 아주 단순하게 살펴보면 위 화폐 수량설과 같이 통화량(M), 통화 속도(V), 물가 수준(P), 총 생산물 가치(Y)의 총 4개의 요소로 분해해 볼 수 있는데, 인게임 경제 요소 분석을 통해서 전체적인 시스템을 조망하고 게임사 측은 통화량 조절(M 변수 조정)을 통해 인게임 경제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다. 결국 인게임 통화를 도입하고 운영한다는 것의 의미는 게임사가 인게임 경제를 책임지는 작은 중앙은행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귀결한다. 개방 경제로의 이행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인게임 통화를 성공적으로 토큰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례가 존재하지 않아 방법론을 주장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론 앞서 설명한, 인게임 경제의 규모나 인게임 통화에 대한 다양한 수요 형성이 이미 선결되었다고 가정하겠다(다양한 수요란 인게임 통화가 개방 경제에서 다루어지더라도 투기적 수요 외에 (주로 인게임 상에서) 거래 및 소비 등 다른 목적의 수요를 보유해야 함을 의미한다). 인게임 경제를 폐쇄 경제로 출범 - 우선 인게임 경제가 출범할 당시에는 폐쇄 경제로 출범할 필요성이 있다. 충분한 경제 규모가 달성되지 않은 상태의 인게임 경제는 개방 경제 환경에서 대규모 자본 움직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거나 인게임 화폐의 쓰임이 투기적 수요에 치중될 위험이 높다. - 따라서 게임 출시 당시에는 자본의 유입만을 허용하는 폐쇄 경제로 출범하되, 인게임 경제 규모에 따라 인게임 통화를 토큰화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마치 유니스왑(Uniswap)의 ‘fee switch’ 개념)을 명시해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토큰화 이후 관세의 적용 - 인게임 통화가 토큰화되었다면, 통화의 유출에 대한 관세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개방 경제 도입 이후에도 인게임 경제는 전체 시장에 비해 여전히 작은 수준일 것이므로 통화 유출에 대한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경제 규모 성장에 따라 거버넌스를 통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게임사는 왜? 이처럼 인게임 토큰을 도입한다는 것의 의미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즉 가상의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취급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이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동기는 존재할까? 가장 명시적인 동기는 가상 경제의 규모가 현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게임 토큰을 도입하고 안정적인 메타버스를 구축하게 되면, 인게임 경제를 현실 시장과 연결시킴으로써 게임 경제 가치를 시가 총액 등으로 수치화하여 표현하고 그 가치를 게임사에 투영시킬 수 있다. 또한 게임의 금융화, 즉 인게임 통화 및 자산을 이용한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나, 너무 막연한 사례이므로 단순히 언급하는 정도로만 줄이겠다. 마치며 지금까지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게임 토크노믹스는 인게임 경제에서 도입하는 경우 당위성을 거의 찾을 수 없고, 게임 외부에서 투자자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인게임 토큰을 적용하려는 경우, 실제 현실 경제와 매우 유사한 가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제 규모 성장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방 경제로 이행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할 것이다. 게임 토크노믹스의 의의는 플레이 경험이나 재미의 증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와 플레이어의 긍정적 행동 유발에 있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의의를 인게임 경제에 대한 토크노믹스 설계를 통해서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돈과 시간 등 자신이 가진 자원을 투입하려는 의도를 보일 때 달성될 수 있으나, 인게임 경제에서 이것이 가능한 경우는 겜블(Gamble) 장르의 게임 외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웹3 게임의 영역에서의 토크노믹스는 이 글에서 논의한 수준 이상으로 크게 발전시킬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부하지만 원론적인 얘기로 돌아가 블록체인이라는 툴이 게임과 게이머의 경험에 기여할 수 있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Immutable Game Studio의 VP를 역임하고 있는 Derek Lau의 글에 나타난 블록체인이 게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블록체인이 실제로 게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방안들 — Derek Lau 글에서 발췌 플레이어에게 소유권 및 거래 가능성 제공 - 아이템 제작, 거래 등의 행위를 합법적으로 수행 가능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상품 만들기 - 게임 아이템 희소성을 투명하게 증명 가능 소유권에 대한 기록으로 사용하기 - 게임 아이템에 대한 거래 기록 확인이 용이 게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해금 - 아이템 거래 수수료 징수, 토큰 및 랜드 세일 등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 게임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 간의 인센티브를 조정 - 게임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가 게임의 발전으로 인한 이익을 공유 가능 게임 개발자에 대한 기금 모금 방식을 다양화 -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기금을 모금했던 방식에서, 게임 내 자산 판매를 통해 초기에 자금 조달이 가능해짐 제3자가 게임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 - 게임 플랫폼 위에서 프로젝트 주도가 아닌 제3자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 <참고 자료> Echelon prime docs coldplunge, Twitter thread Eve online, Monthly Economic Report — February 2023 DeftCrow, 이브 온라인의 경제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Derek Lau, Blockchain game design: analysis of opportunities and design challenges DeSpread — Website | Twitter | Telegram | Facebook | Dashboard 디스프레드는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는 2019년 창립된 웹3 및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기업입니다. 디스프레드는 대중에게 양질의 소통과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크립토 생태계를 안착시키고자 하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웹3 게임 토크노믹스 엔드게임' 포스트의 썸네일